DC 배우 갤의 정체성... 나불나불

내가 그전까지 생각하던 디씨갤은 욕남발하고 영양가없는 글이 초고속으로 올라오는 곳이었다. 아무래도 카페나 블로그등지에서 훈훈한 커뮤니티를 거쳐왔던지라 더욱 넘사벽을 느꼈다. 그러다가 드라마 <선덕여왕> 때문에 어쩌다보니 선덕갤을 눈팅하게 되었다. 분위기는 맘에 들지 않지만 소위 디씨 출처의 재미있는 자료가 많이 나돌다보니 헨젤과 그레텔처럼 그 자료를 따라갔고 결국 선덕갤에 도착한 것이다. 그제서야 '갤'이라는 것이 한개가 아니라 수많은 주제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중 '막장'이라고 치부되는 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순수한 갤이 무엇인지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드라마갤은 평범한 축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출연배우중 한명인 김남길갤로 넘어가게 되었다. 물론 여기서도 그냥 눈팅에 만족했다. 거의 종방 직전에 알게된 배우라 갤의 흐름을 따라가는것도 버거웠고 디씨특유의 이상한 언어들이 이해가 안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갤의 규칙이라는것도 있다는데 그런걸 다 알고 '고닉'을 박을만한 메리트가 없었다. 눈팅으로도 충분히 모든 정보를 알 수 있으니까.

그런데 어제인가 분란글 하나가 올라왔다.
갤에서 지나치게 성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지적하며 현실에서 어떤 남자들이 그걸 가지고 말하는걸 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충분히 그럴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갤에서 활동해온 몇몇은 그것을 아니꼽게 생각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랬다. 갤의 규칙이라던가, 보기싫으면 스킵하라던가, 왜 남들을 신경쓰느냐라던가, 다른갤보다 퓨어하다던가 기타등등의 의견들을 둘러보며 나는 갤이라는게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

적어도 그 분란글을 보기 전까지 나는 배우 갤을 팬카페와 동급으로 생각했다. 갤이나 공카 둘다 그 배우를 좋아하는 데는 차이가 없으나 단지 배우가 관리를 하느냐, 팬들끼리 모여서 관리를 하느냐의 차이뿐이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조공'이라는 형태로 배우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이라거나, 특히 지난 연기대상에서 현수막을 만들어 자리잡고 있던 모습은 공카회원들과 차이가 없다. 단지 공카는 배우가 공식적으로 드나드는곳이라 글을 남길 때 신중하기 때문에 차분한 반면 갤은 필터가 없이 모든 감정들을 '배설'해놓아 그야말로 카오스다. 그중엔 좀 어설프게 찍힌 영상이나 사진을 '조롱'하기도 하고 음담패설도 섞여있지만 그것이 없는 사실을 만들어 조롱한다기보단 실제로 그렇게 보인것을 2차, 3차로 가공하면서 나오는 결과물이라 나도 즐겁게 눈팅할 수 있었다. 가끔 심하다 싶을 정도의 합성짤이 있긴 했지만 그들 말마따나 '스킵'하면 되는거였다. "싫으면 스킵해" 라는말이 괜히 빈정대는것이 아니라 갤러들이 지난 게시물이나 혐짤을 물고 늘어지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스킵하며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 분란글에 대한 반응을 보고 대번 든 생각은, 이들이 왜 현실에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는가하는 의아함이었다. 다른 갤과 달리 배우갤은 그 배우의 이름으로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자식이 못하면 부모가 욕을 먹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갤러가 좋지 않은 이유로 남들 입에 오르내린다면 그 배우가 좋아보일까?
특정 아이돌 팬들의 행위가 지나치면 그 아이돌도 좋아보이지 않는 원리와 같다. 코갤러가 병신짓하는것을 예시로 끌어와봤자 배우갤과는 입장이 다른것이다.

하지만 또다시 생각해보면, 갤러들이 말하는 "갤은 갤일뿐" 이라는 말을 내가 이해하지 못해서인것 같기도 하다. 그 남자들이 김남길갤을 언급했다는 것은 그들도 특정 갤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같이 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만약 "거기 사람들 좀 이상해..." 라고 말한다면 진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지만 갤의 생리를 잘 아는 사람들끼리 다른 갤의 갤러들을 거론한다면 어떤 전제조건을 깔고 한것인지 상상이 안된다. 특히 여자와 남자는 사고방식이 다르다던데, 여자인 나는 수치스럽지만 그 남자들은 별 생각없이 말한 것일수도 있는것이다. 물론 이것은 비약이긴 하지만...
즉 디씨를 잘 알지 못하는 나는 갤러에 대해 평하는 것이 곧 갤의 간판인 배우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디씨에 서식하는 갤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밖에 볼 수 없다.

결국 그 분란글을 쓴 사람은 과격한 몇개의 댓글을 보고는 상처를 받았는지 사라졌다. 그사람도 디씨 눈팅을 해왔다고 밝혔지만 솔직히 그런 과격한 덧글을 보는것과 그것들이 나를 향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뭐 그런거 가지고 사라지냐며 그것조차 조롱하는 갤러들이 있었지만 (내 시각에는) 물 흐르듯 갤에서 활동하는 그사람들과 마음가짐에서 차이가 나는 이상, 그런 과격한 덧글들은 인신공격으로밖에 받아들여질 수 없다. 눈팅하는 나조차도 식겁할정도로 그들이 냉소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팬덤은 상당히 화기애애하고 친목의 경향이 강해서 그런지 그들의 냉소적인 댓글은 날카로운 비수같이 꽂히더라.

아무튼 이번 사건으로 내가 그동안 갤에 환상을 품고 있었다는것을 깨달았다.
갤은 갤일뿐이고 가볍게 웃고 떠드는 곳이긴 하지만... 대외적으로 팬클럽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그래도 그 분란글을 썼던 사람은 또다시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환상을 놓지 못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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