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로그 마이가든



2009/04/17 00:28

[불멸의이순신] 드라마를 재방하면 안보이던 것이 보인다 드라마감상

특히 역사를 다룬 사극이라면 드라마 연출 이외의 것까지 생각하게 해준다.
요즘 재방감상을 메모하듯 남기는게 좀 아쉽다. 두서도 없고...
연재하고 있는 드라마라면 호흡을 끊을 수 있어서 감상문 쓸 때 도움이 되는데,
역시 완결드라마는 페이스 조절이 힘들구나 ㅠㅠ..

그래서 여기에 간단히, 쓰고 싶은 글을 짧게 적어본다.




<불멸의 이순신>에서 가장 큰 갈등의 흐름은 두개인데 원균과 선조라고 할 수 있다.
원균은 칠천량에서 죽어넘어졌으니 완결까지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진짜보스'는 선조겠지. 선조의 괴롭힘때문에 이순신이 자살을 한게 아닌가 라는 '이순신 자살설'이 나올 정도로 선조는 이순신을 무던히도 괴롭혔다.

드라마상에서는 나름 선조의 '찌질함'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설명해주려는 느낌이 묻어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조는 그저 시청자들에게 악역이었다. 무능한데다 신하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저울질 하는 추잡한 왕. 게다가 반역에 상당히 민감한 모양인지 기축옥사에 이어 임진왜란때 활약했던 의병장들까지 쳐죽인다.

객관적으로 임진왜란이 터졌던 시기만 본다면 조선말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만큼 나라가 어지러웠는데,
이때가 단지 조선 중기였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조선은 무려 300여년이나 더 그 수명을 이어간다.
이렇게 큰 전란이 있었고 당파가 싸워 정치는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던 부패한 조선이 아직 중기밖에 안온것은 
일본장수들보다 부지런하게 자신의 신하들을 의심하고 쳐죽인 선조의 공이 컸다고 생각한다.



이순신 개인이 단지 조선의 안위만을 염려했다 할지라도 전란이 길어지면서 그에겐 추종세력이 붙기 시작했다는게 중요하다.

도성을 버리고 도망간 군왕에 대해 백성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궁을 불태운 가운데, 첫승을 올린 후 속속히 왜군을 물리치는 이순신에게는 조선백성에게 희망이었다. 그래서 각지에서 의병활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고 일본군 장수들이 의아해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계기가 된것이다.
(*도성을 함락하면 왕이 할복함으로써 끝날 것이라 여겼던 일본군은 순식간에 한양까지 전진했지만 왕은 할복은 커녕 북으로 북으로 도망갔고 백성들은 화가 나서 궁을 불태웠다. 그러나 왕이 도망갔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이 스스로 일어나 의병으로 분투하니 일본군들은 적잖이 당황할수밖에.)

이렇게 왕은 도망다니느라 그 힘은 거의 없다시피했고 칼든자들이 제각기 세력을 형성해 일본군을 막아내는 형세였다.
지금까지의 역사의 흐름속에서 기존의 나라가 엎어지던 때의 배경을 살펴보면 이 시기와 비슷했고 태왕들은 장수였다.
(찾아보지 않아 기억은 안나지만 조선의 태조 이성계도 무부이고 고려의 태조 왕건도 무부이다.)
7년전쟁이 끝난 후, 선조나 다른 대신들이 염려하던 반역이 정말 일어나지 않더라도 나라안의 세력은 갈갈이 찢어져
후삼국시대를 다시 봤을지도 모른다.

민심은 이미 의병장 및 이순신에게 모여들었고 무엇보다 그들은 군사력=힘을 가지고 있었다. 게중 이순신은 왕의 명령보다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행동했기 때문에 통제불가능한 인물이었다.
이순신의 행동이 옳았음을 우리는 이미 역사적사실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윗선 입장에선 그저 말 안듣는 나쁜놈이었다. 게다가 그 세력이 위험한 수준이라 훗날 왕권을 위협할 수 도 있고.
그래서 이순신을 그렇게 죽을둥 살둥 쥐고 흔들고 난리를 친것 같다.

길고 긴 7년전쟁이 끝난 후를 들여다보면, 이순신은 죽었고 의병장들은 죽거나 선조의 의심이 두려워 산속으로 숨었다.
결국 왕권에 분노했던 백성들이 모여들만한 구심점은 사라졌고 다시 흩어질수밖에 없었으니,
이게 바로 임진왜란을 조선중기로 분류하게 만든 선조의 지극한 공이 아니겠는가.




재미있는 것은 선조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드라마 내용만을 놓고 얘기하자면, 히데요시는 전쟁을 무리하게 끌어나가는 과정에서 이순신에 대한 분풀이를 가신들에게 하기도 했다. 불쌍한 와키자카 ㅠㅠ... 뺨맞은 와키자카를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뒤에서 살살 달래는 형식..
아무튼 나름 '폭정'을 한 히데요시는 가신들에게 버림받는다.
하지만 선조는?
좋은 정치를 펼친것도 아니고 끊임없이 신하들을 의심하고 저울질하길 일삼은 무능한 왕이었다.
하지만 조선은 무능한 왕에게 지나치게 너그럽다.
아마 일본이 칼든자의 나라이고 조선은 선비의 나라라는 차이 때문인것 같다.
실권을 쥔 자가 실각하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는 때는 항상 무력이 개입되는데, 조선은 글읽는 선비가 권력의 꼭대기에서 무인들을 내리누름으로써 왕권이 유지되게 한다.

한 나라의 정치체제를 논하는 것은 되게 내용이 방대한데 내가 역사전공도 아니라 정확하게 말은 못하겠지만,
일단 이렇다한 좋은 결과를 뽑지 못한 두 지도자 가운데 하나는 실각했으나 하나는 신하들을 쳐죽이면서 잘먹고 잘산다.
이 극명한 대비를 보면 '칼로써 흥한자 칼로써 망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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